< 이혼이란 신발 갈아신기 > 수조원대 재산을 가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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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이란 신발 갈아신기 >

수조원대 재산을 가진 시부모의 지속적인 요구?
갑자기 밝혀진 불치병의 존재?
하이얀 와이셔츠 목덜미에 묻은 붉은 립스틱?
통장내역에 일정하게 찍힌 두 집안 살림?
보이는 팔 다리를 제외한 폭력의 흔적?
출근부터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의심?

사실.. 이혼이란 그런 극장판 스토리의 무게는 아니죠.

아침에 일어나 바닐라 라떼 티백을 하나 뜯었을 때
테이블 위로 튀어버린 설탕을 보며 생각하기도 하죠.
“그만.. 헤어지자..”

구름 가득이라고 예정된 날씨 예보와 다르게
갑자기 쏟아져 내린 빗줄기에
3달간 미뤄오던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지인의 스토리에서도 오히려 무게감은 전혀 없었죠.

치즈향과 맛을 좋아해서
치즈가루가 왕창 올라간 팝콘을 결제하고 받아서
극장 상영관으로 들어가 앉은 후

광고가 시작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앉아 팝콘을 다 먹을 수도 있고
광고가 끝나기 전에 팝콘을 다 먹을 수도 있고
영화가 끝났지만 팝콘은 두 입만 먹었을 수도 있고
광고가 끝나기 전에 팝콘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죠.

옆 사람이.. 팝콘을 뺏어갈 수도 있구요.^^
팝콘의 의지도 인터뷰해봐야 했을까요?

이혼에 대해 처음 들은 건
9살 때..였습니다.

국민학교 2학년.
학교에서 담임이 내일은 소풍이라 말했고
반전체가 신나 들썩이던 그날

신나게 집으로 달려와
처음 들은 말은 더이상 이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던 모와
술만 들이켜던 부

빌라 5채를 보유했고
운영하던 가게가 3개에
엑셀, 르망 등 보유하던 차량이 4대이던

그 힘없고 작은 동네에서
가장 우러러보는 재산을 보유하고
화목한 가정에
동네 잔치에도 매번 제일 큰 금액을 제공하던

겉으로 번지르르..한 가정
숨만 쉬어도 돈이 죽죽 들어오던 시기

그리고
그 사이
먼저 이혼한 앞집 두부가게

인사성 밝고
오락실에서 늘 300원을 쥐어주던 두부가게 형을
다시금 볼 수 없게 된 건 이혼 후 할머니댁으로 가게 되어서라고..

아래는 심하게 불어버린 라면을 보면서

건더기 스프를 먼저 넣었어야 했을까요?
면을 먼저 넣었어야 했을까요?
면을 넣고 충분히 휘저었어야 했을까요?
너무 센불에 끓여서일까요?
뚜껑을 완전히 닫아서일까요?

라고 해봤자 이미 불었다는 사실만 보이는 것과 같죠.

사람의 뇌는 처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하죠.
그러기 위해서 일어난 일의 정확한 이유를 찾으려고 하구요.
하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 함정에 갇히게 됩니다.

마음이 떠나서?
재산이 탐나서?
손찌검이 두려워서?
아이들 미래를 위해서?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사실 뒤적일수록 아래에는 더 큰 물음표만 있을 뿐이죠.

오랜만에 슬립온 운동화 대신
외출용 슬리퍼를 꺼내 신어봅니다.

뭐.. 그러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이혼은 언제 마음먹냐구요?
뭐.. 아침에 창문을 열었는데 어제와 공기가 사뭇 다를 때?
점심 메뉴를 주문하고 나무 젓가락을 꺼내보니 작은 가시들이 보일 때?
식당에서 나서는데 밀어열고 나와보니 문에 “PULL”이라 적힌 걸 보았을 때?

그냥 원할 때 하는거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이 먹고 싶을 때 주문하듯 ㅎㅎㅎ

29살의 12월 24일
동갑이며 와이존 구성에 핫도그 대신 전복이 달려있던 여인이 침과 땀으로 범벅이 된 후
흑갈색 함몰 유두를 흔들며 모텔 침대에서 물었습니다.

여친 : 우리 애 낳으면 이름 뭐라 지을꺼야? 요새 네이트온(그시절 최고의 메신저)에 그런 이름 짓기 많더라.
저 : 애를 낳아?
여친 : 나하고 결혼할 생각 없어?
저 : 섹파로 가자며?
여친 : 나랑 사귀는거 아니었어?
저 : 크으..하하하하
여친 : (D컵의 젖을 축내려뜨리며 침대 등받이를 의지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뭐야? 우리 뭐냐고?
저 : 몸만 공유하자며? 기억 안나?
여친 : 그래서 커플링 만드는거 반대했어?
저 : 어.
여친 : 하아… 장난이지?
저 : 우리 만나는거? 어. 장난이자나 우리.
여친 : 하아.. 7개월을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저 : 어. 그렇다니까 ㅎㅎ 처음에 그렇게 약속했잖아. 그러니 시작한거고.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는 관계요?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루피도 찾고 있으니까요 보물로 가득한 그.. ㅎㅎㅎ

댓글목록

쫀디기님의 댓글

쫀디기 작성일

어려운 문제네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하지만 쉬운 결말이지요 ㅎㅎㅎ

NYajussi님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데리다를 읽는 듯 하네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저는 버터번으로 교체한 데리버거가 제일 좋습니다. ㅎㅎㅎ 롯데리아에서는 데리버거만 먹어요 ㅎㅎ 데리다는 잘... 모릅니다.^^

NYajussi님의 댓글의 댓글

NYajussi 작성일

하하. 재크 데리다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 철학자이자 작가입니다. 포스트 모던 철학자인데... 제가 읽은 그의 에세이는 어떤 주제나 줄거리 또는 목적없이 생활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생각들을 나열해 놓은 글이었어요. 뭔가 흐름이나 글의 목표를 찾으려면 매우 난해하였지만 그런 선입견없이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아무런 서로 상관이 없는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였구나라는 관점으로 보면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오오오 네이버로 검색해보았습니다. 사실 적어주신적어명만으로도 작품까지 들어가보기엔 겁이 납니다. ㅎㅎㅎ 저는 읽던 슬램덩크 마저 보겠습니다. ㅎㅎㅎ

원주민9님의 댓글

원주민9 작성일

뭔가 철학적이네유 ㅎ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진짜요? 사실 영화 첨밀밀을 오랜만에 보면서 쓰느라 내용이 산으로 갔어요 ㅎㅎㅎ 첨밀밀 왜케 잼있죠?? ㅎㅎ

원주민9님의 댓글의 댓글

원주민9 작성일

하도 오래돼서 전 기억이 안 나네유 ㅠ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포스터에 찍힌 여명이랑 장만옥 말구요. 거기 장만옥 남편으로 나오는 파오 대사가 기가 막힙니다. 크으

슈퍼파파님의 댓글

슈퍼파파 작성일

불어버린 라면을 보면서 라면이 불었다고 위로해 봅니다.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오오 먼가 어른스러운 결말이네요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오오오

진라면님의 댓글

진라면 작성일

수필집을 읽은듯한 기분이 듭니다. 자기전에 독후감 안쓰면 혼날꺼 같은 이 기분 뭔가요?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저야말로 먼가 글을 쓰지 않으면 고백하지 못하고 전학을 명분으로 떠나보내는 여학생의 엉덩이를 담고 출발하는 기차를 보고만 있는 기분이 듭니다. ㅎㅎㅎ두 주먹을 꽉쥐고.. 저 덩이를 먹었어야 했는데... 하면서 말이죠 ㅎㅎㅎ

여해님의 댓글

여해 작성일

뭔가 철학적 입니다 ㅎㅎㅎ

지금도눈감으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도눈감으면 작성일

위에서부터 써내려가다가 영화 첨밀밀을 중간에 같이 보면서 내용이 산으로 갑니다 ㅎㅎㅎ

louse님의 댓글

louse 작성일

마간다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